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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접어들자마자 낮 공기가 달아오릅니다.
출근길 버스 창문 너머로 사람들의 소매가 부쩍 짧아진 것을 보며,
계절이 기어이 한 칸을 더 넘어갔음을 실감해요.
계절은 이토록 성실하게 제 속도를 내고 있는데,
나의 일상은 종종 그 박자를 놓치고 엇박자를 내곤 합니다.
요 며칠, 이 공간이 조금 조용했습니다.
매일 주변을 관찰하고 그것을 담백한 문장으로 옮기던 루틴이 잠시 멈추었어요.
키보드 위에 올려둔 손가락이 어쩐지 허공에서 헛도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생각을 문장으로 매끄럽게 이어 붙이지 못하고,
모니터 앞에서 커서만 깜빡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오후가 있었습니다.
억지로 속도를 내어 쓴 글은 읽는 사람에게도
그 조급함이 고스란히 읽히기 마련입니다.
글을 쓰지 않던 며칠 동안은 화면을 닫고,
대신 가방 속에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소설가의 일》을 넣고 다녔습니다.
두꺼운 책도 아닌데 가방 한구석에 들어가면
그 존재감이 걸음걸이마다 둔탁하게 전해집니다.
평소라면 스마트폰 화면을 무감각하게 내리며
흘려보냈을 퇴근길의 지하철,
가방에서 책을 꺼내 무릎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초여름의 에어컨 바람이
서늘하게 내려앉는 칸에 앉아 종이를 한 장씩 넘겼습니다.
"매일 글을 쓴다. 한 자도 쓰지 못하는 날에도 책상 앞에 앉아 있는다."
책 속의 담담한 문장들을 눈으로 좇다 보니,
마음 한구석에 엉겨 붙어 있던 조급함이
조금씩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타인의 정갈한 숨결을 가만히 들이마시는 시간.
돌아보면 그것은 게으름이나 멈춤이 아니라,
다음 문장을 제대로 적기 위해
숨을 고르는 아날로그적인 휴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주말을 바로 앞둔 오후가 되면
누구나 마음의 시계추가 조금씩 느려지기 마련이지요.
일주일 동안 가빠졌던 숨을 고르고,
뜸해졌던 나만의 리듬을 다시 붙잡기에 더없이 좋은 핑계가 되는 날입니다.
창문을 열어두면 낮 동안 달아올랐던
아스팔트가 식어가며 제법 서늘한
초여름 밤의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가방 속에 든 책의 빳빳한 모서리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합니다.
주말이 지나면 다시 작은 책상 앞에 단정하게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의 계절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고요.
혹시 요즘 일상에서 나만의 박자를 잃어버린 채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느낀다면,
오늘 밤에는 스마트폰을 잠시 뒤집어두는 건 어떨까요.
거창한 독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책 한 권을 꺼내
손끝에 닿는 종이의 건조한 질감을 가만히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느려졌던 삶의 리듬은 다시 정갈하게 제자리를 찾아오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