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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이디스입니다.
어느덧 5월이 끝나고, 6월이 다가오고 있네요.
요즘 정말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는 만큼 빠르게 흐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자주 듣는 노래가 있는데요.
윤마치의 「초록」이라는 노래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계절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창밖의 나무들은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몇 번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올랐습니다.
김금희 작가의 장편소설 『첫 여름, 완주』입니다.
이 책은 성우인 손열매가 어떤 일을 계기로
완주라는 마을에 머물게 되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여름 한 철을 지나가는 이야기입니다.
크게 보면 상처를 입은 사람이
낯선 장소에서 다시 생활의 감각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떠올릴 때마다
제게 남는 건 사건보다 계절입니다.
제목 안에는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저는 작년 이맘때쯤 읽었던 것 같아요.
여름이 시작되고,
또 여름이 천천히 지나가는 동안 조금씩 읽었습니다.
『첫 여름, 완주』를 떠올리면
책의 장면만 생각나는 게 아니라,
그때의 온도도 함께 떠오릅니다.
덥고, 느리고,
창밖의 초록이 하루하루 진해지던 시간.
그리고 그 책을 위해 쓰인 노래,
윤마치의 「초록」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이제 초록을 좋아하게 됐구나.
사실 저는 오래도록 초록보다 파랑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산과 바다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고민할 것도 없이 바다를 골랐습니다.
바다는 늘 좋았습니다.
넓고, 시원하고, 끝이 잘 보이지 않는 곳.
가만히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멀리까지 나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반대로 산은 좋다기보다 힘들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산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녹음이 우거진 산이요.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한 번 걸러져 내려오고,
바람이 초록 사이를 지나가고,
그늘이 촘촘하게 생기는 풍경.
예전에는 별다른 감흥 없이 지나쳤던 장면들이
어느 날부터 조금 오래 보고 싶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초록이 있는 곳에 오래 머물고 싶어졌습니다.
초록은 그런 색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너무 멀리 데려가지도 않고,
너무 빠르게 마음을 흔들지도 않는 색.
그냥 그 자리에 있습니다.
계속 자라고, 조금씩 짙어지고, 계절이 바뀌면 다른 얼굴이 됩니다.
녹음이 우거진 산을 좋아하게 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지 모릅니다.
이제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것만으로
마음이 가벼워지는 날보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조금 오래
숨을 고르는 시간이 더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초록이 좋아졌나 봅니다.
요즘 「초록」을 들으면,
작년에 『첫 여름, 완주』를 읽던 시간이 함께 떠오릅니다.
책을 읽던 여름,
노래를 듣던 오후,
언젠가부터 산을 좋아하게 된 마음.
그런 것들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어느새 같은 계절 안에 놓여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바뀌고 있을지도요.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요.
어느 해에는 바다만 보던 사람이
다음 해에는 숲 그늘을 오래 바라보게 되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변화가 싫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하나 더 생긴다는 건,
결국 내가 머물 수 있는 풍경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여름에도 아마 자주 초록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초록은 요란하게 다가오지 않지만,
한 번 좋아하게 되면 오래 곁에 남는 색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