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길이었습니다.

그날은 유난히 길이 막혔습니다.
버스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고,
지하철역 앞은 평소보다 더 붐볐어요.
겨우 올라탄 차 안에는 이미 사람이 가득했고,
앉을 자리는 당연히 없었습니다.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데
별일 아닌데도 마음이 조금씩
까칠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누가 나를 밀친 것도 아니고,
특별히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몸이 피곤하니까 그런 사소한 것들이
다 불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조금만 앞으로 가면 될 것을 왜 저기서 멈춰 있지,
가방은 왜 이렇게 크게 메고 있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생각해보면 다들 똑같이 지친 얼굴로 집에 가는 길이었을 텐데,
그 순간의 저는 그걸 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가다가
문득 제 얼굴이 어떤 표정일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마 꽤 지쳐 보였을 거예요.
그리고 그 피곤함이 고스란히 겉으로 드러나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가만히 음악을 틀었고,
그때 허회경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나왔습니다.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사람이란 결국 아주 반듯한 상태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마음만 가지고 살 수도 없고,
늘 여유 있는 얼굴로 하루를 견딜 수도 없고요.
어떤 날은 다정하고,
어떤 날은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지치고 예민해집니다.


예전에는 이런 날이 들면
스스로를 조금 못났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는 일이 원래 이런 결을 오가며 흘러가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길이 막히고,
사람이 많고,
앉지 못한 채 흔들리는 차 안에서
마음도 같이 흔들리는 날이 있는 것.
그리고 그런 날에도 결국 집으로 돌아와
다시 내일을 준비하게 되는 것.


우리는 늘 괜찮은 사람으로만 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쁜 사람도 아닌 채
그저 이렇게 흔들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낼수 있습니다.


그날의 저도
그저 많이 피곤했던 한 사람이었겠어요.
조금 예민했고, 조금 지쳐 있었고,
그래서 세상을 넉넉하게 바라보지 못했던 저녁.


그런 날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일,
그리고 다음번엔 조금 더 나은 얼굴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
아마 살아간다는 건 그런 마음까지 포함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날도 있고,
아쉬운 날도 있고,
괜히 마음이 뾰족해지는 날도 있을겁니다.


그 사이를 오가면서도
다시 다음 날의 출근길에 오르는 것.


단순하지만 이렇게 살아가는게

나름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것 같습니다.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