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다니던 때
사진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제가 있었던 동아리는 디지털카메라보다
필름카메라를 더 가까이 두는 곳이었어요.

사진을 찍고, 현상과 인화를 하고,
그 사진들로 전시를 준비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곳이었습니다.

여전히 새벽까지 암실에서 홀로
사진을 인화하던 기억이 떠오르곤 하는데요.


그때는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빛을 보고, 구도를 보고,
한 장을 찍기 전에 오래 서 있곤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저는
사진을 남긴다기보다,
사진을 잘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예전 사진들을 다시 보면
이상하게도 사진 속 장면보다

그날의 분위기가 먼더 떠오릅니다.


어떤 사진은 골목을 찍은 것에 불과한데
이상하게도 그날의 서늘한 저녁이 먼저 생각나고
어떤 사진은 친구 얼굴이 담겨 있을 뿐인데
전시 준비를 하느라 설레어 했던 우리가
함께 떠오르기도 하고요.

신기한 일입니다.
사진은 분명 눈으로 보는 장면을 남긴 것인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더 오래 남아 있는 것 같으니까요.


아마 필름 사진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필름 사진은 찍고 나서 바로 확인할 수 없잖아요.


방금 찍은 장면이 잘 나왔는지,
흔들리지는 않았는지,
빛이 너무 강하지는 않았는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알 수는 없습니다.


그 기다림이 저는 필름 사진의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찍는 순간에도 바로 끝나지 않고,
현상하고 인화될 때까지
그 장면을 완전히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시간 말이에요.


때로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하죠.
그런데 바로 그 느린 과정 덕분에
사진 한 장이 단순한 이미지로만 남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필름 사진을 다시 볼 때면
장면보다 분위기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사진 속 하늘이 흐렸는지 맑았는지보다
그날 공기가 가벼웠는지 무거웠는지,
사람이 많았는지 적었는지,
오래 걷고 들어온 뒤였는지,
괜히 마음이 조금 들떠 있었는지 같은 것들이 먼저 돌아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사진은 장면을 저장하는 일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도 예전 사진을 보면
무언가를 정확히 기억해낸다기보다
그때의 공기 속으로 잠깐 다시 들어가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눈앞의 풍경은 오래전에 지나갔는데,
그 사진 한 장 안에는
그날의 온도와 정적,
빛의 질감 같은 것이
아직 조금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필름 사진은
장면보다 공기를 더 오래 남기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