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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통 드라마보다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드라마의 긴 호흡을 오랜 시간을 들여 따라가는 일이
예전보다 조금 어려워졌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드라마나 시리즈는
안 본 지 꽤 오래됐습니다.
심지어 오징어게임 같은 작품도
보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말 다했죠.
그러다 최근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보게 된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 시리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인데요.
1회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음..정말 내 취향에 딱 맞는 작품이군.
이었어요.
이렇게 제 취향은 너무나 쉽고 정직해서
제 주변 사람들은 모두들 알고 있답니다.
그렇게 퇴근 후 아주 틈틈이, 그러나 성실하게
열심히 시리즈를 완파했습니다.
그리고 과거를 다루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의 삶이 있고,
그 시간을 지나온 얼굴이 있고,
예전과 달라진 자리들이 있습니다.
사람은 같은 마음으로
같은 시간에 머물 수 없는데,
어떤 감정은 다 끝난 것처럼 보여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요.
그 점을 억지로 예쁘게 꾸미지 않아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그래서 오래 남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람의 마음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정리됐다고 믿었던 감정이
어느 날 문득 다시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오래 듣지 않던 음악을 틀었을 때,
익숙한 계절의 향기 앞에서 잠깐 멈출 때,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인데도
마음이 조금 뒤를 돌아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사라졌다고 믿었던 마음이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라
조용히 멀어져 있었던 것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은
크게 흔들리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었고,
지금도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에이디스가 감정을 바라보는 방식도
그와 아주 멀지 않다고 생각해요.
생활은 늘 새롭게 시작되기보다
지나온 감각들이 조금씩 쌓이며
만들어지는 쪽에 더 가까우니까요.
다 지나간 줄 알았던 마음들이
조금씩 남아
지금의 취향과 생활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하츠코이》를 보고 난 뒤에는
사람 안에 오래 남아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마음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모든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조금 더 쉽게 받아들여지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