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설연휴가 시작됩니다.
아직은 평일의 리듬이 남아 있는데,
마음은 이미 연휴 쪽으로 반쯤 넘어가 있네요.

연휴가 시작된다는 건,
단순히 쉬는 날이 늘어난다는 뜻만은 아닌 것 같아요.


평소에는 뒤로 밀려 있던 감정이나,
미뤄둔 생각들이 슬쩍 앞으로 나오는 시간이고요.
누군가에겐 이동이 많아지는 계절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집 안의 공기가
조금 달라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이번 연휴는 각자에게 맞게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멀리 이동하시는 분들도 있을 테고,
일 때문에 쉬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
아무 일정 없이 집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있겠죠.
명절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이동이 있다면 안전이 먼저입니다.
길은 늘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고,
차는 생각보다 더 막힐 수 있어요.
운전하시는 분들은 잠깐씩 쉬어가셨으면 하고,
대중교통 이용하시는 분들도
몸이 굳지 않게 한 번씩 움직여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연휴에는 병원도 가기 쉽지 않기 때문에

조심히 연휴를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연휴를 보내는 방식이 무엇이든,
마지막에 남았으면 하는 건 하나예요.


돌아오는 날에 “괜찮았다”는 느낌.
엄청 즐겁진 않아도, 아
주 특별하진 않아도,
그래도 무리하지 않아서 편안했다는 느낌.
그 정도면 충분히 좋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끝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어찌되었든 설연휴는 결국 지나가고,
일상은 다시 시작됩니다.
그래서 연휴의 끝을 맞이할 때,
몸도 마음도 너무 멀리 가지 않게요.

연휴 동안 밤낮이 완전히 뒤집히지 않게,
마지막 하루쯤은 조금 정리해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것도 계획이라기보다는,
복귀를 위한 작은 배려 같은 거죠.

각자에게 필요한 만큼 쉬고,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고,
남는 시간은 편안하게 두셨으면 합니다.
따뜻하고 안전한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단종은 화면 밖으로
계속 걸어 나오는 사람처럼 남았습니다.
왕이라는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그는 무엇으로 자신을 붙잡았을까요.


이름을 부르면 죄가 되고,
침묵을 지키면 더 깊이 가라앉는 밤들.
저는 그가 청령포의 바람을 어떻게 들었을지
자꾸 상상하게 됩니다.

바람은 누구 편도 아니어서 더 잔인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같은 소리가 매일같이 반복되는데,
그 안에서 마음은 조금씩 닳아가니까요.


역사에서는 단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마음은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단종이 ‘왕’이기 이전에
얼마나 오래 ‘소년’이었을지를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너무 빨리 배운 사람의 얼굴.
기다리는 일만 남았을 때,
기다림이 희망이 아니게 되는 순간.


그런 감정들은 기록되지 않았을겁니다.

영화는 그 빈칸을 크게 채우지 않고 조용히 내버려두었고,
저는 그 조용함 덕분에 단종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