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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와 작은 수목원에 갔습니다.
최근 유난히 수목원같은 곳에
자주 가게 됩니다.
한 겨울이 되니 따뜻한 계절이
생각이 나서 그런것 같아요.
이번주는 몹시 추운 날씨가 계속 되었습니다.
어제도 역시나 바깥 공기는 날이 서 있고,
조금만 서 있어도 몸이 굳는 날이었어요.
그런 상태로 수목원 입구에 들어섰는데,
완전히 다른 공기가 닿았습니다.
입구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숲을 바라보았습니다.
유리 너머의 초록이 바깥에서 보던 초록과 농도가 달랐거든요.
문을 열자 습한 공기가 한 번에 밀려왔습니다.
공기가 젖어 있었고,
숨을 들이마실 때 목보다 코가 먼저 반응했어요.
온실 특유의 그 감각입니다.
그리고 젖은 흙냄새가 났습니다.
비 온 뒤의 흙냄새와 비슷하지만 또 다릅니다.
바깥의 흙냄새가 차갑고 멀리서 올라오는 편이라면,
온실의 흙냄새는 가까웠습니다.
온실 안의 냄새는 한 가지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젖은 흙이 바닥에서 올라오고,
잎에서는 물기 섞인 풋한 냄새가 났습니다.
나무껍질 쪽에서는 조금 더 묵직한 기운이 섞였고요.
물에 젖은 시멘트에서 나는, 아주 얇은 비릿함도 있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들이 버티도록 환경을 정리해 둔 공간.
그 정리의 흔적이 냄새로 남아 있었습니다.
젖은 잎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이런 ‘숲 냄새’를 좋다고 말하는지요.
몇 가지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건조한 바깥에서는 숨이 짧아지고,
움직임도 빨라지는데요.
습기가 있는 공간에 들어가면
호흡이 조금 길어집니다.
호흡이 길어지면 자연스레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요.
둘째는 자연과 맞닿아 있다는 감각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흙, 잎, 물, 나무껍질. 냄새가 층층이 섞여 있으니까,
정신이 잠시 안정되는 기분.
생각이 한쪽으로 몰릴 때 이런 냄새를 맡으면
정리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확실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요.
그래도 저는 그런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밖으로 나오니 다시 추웠습니다.
다만 추위가 조금 덜 낯설었습니다.
수목원에서 인상 깊었던 건
꽃향 같은 게 아니라 공기의 상태였습니다.
물기, 흙, 온도. 그 세 가지가 섞여서 만들어지는
온실의 기운 말입니다.
정리해 보니, 이번 주의 추위 속에서
제가 필요로 했던 것도 이런 종류의 공기였던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가만히 지난번에 함께 왔던
식물을 바라보았습니다. 물을 주고 코끝을 가까이 대니,
잠시 수목원의 풍경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